만약 조선시대에 비트코인이 존재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디지털 기술이 없던 15세기 조선 사회에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 같은 개념이 등장했다면, 그 사회는 어떤 충격을 받았을지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비트코인을 조선시대라는 전통적인 사회 구조 속에 대입해 상상해보는 이야기를 통해 디지털 자산이 가진 본질적 가치를 색다르게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1. 암행어사가 아닌 '블록체인어사'? – 조선의 권력구조와 비트코인의 투명성
조선은 중앙집권적인 왕정 체제였습니다. 왕이 국가의 중심이었고, 모든 권력은 임금과 양반 관료들에게 집중되어 있었지요. 당시의 세금, 거래, 소작료 등은 모두 문서 기반 기록에 의존했고, 위조나 조작도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그런 사회에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었다면 어떠했을까요?
모든 세금 기록이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올라가고, 토지 거래와 소작 계약이 모두 검증 가능하게 기록되었다면, 부정과 비리를 감시하는 암행어사의 업무는 훨씬 수월해졌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암행어사 자체가 필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거래가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검증 가능한 체계에서는 ‘은밀한 탐관오리 처벌’ 대신, 시민의 데이터 참여를 통한 사회 감시 구조가 가능했을 테니까요.
2. 은으로 세금 내던 사회에 등장한 '디지털 은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화폐는 쌍전, 상평통보, 은자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화폐들은 항상 유통 부족이나 위조 문제에 시달렸고, 지방 간 화폐 흐름의 불균형으로 인해 교환경제에 혼란이 많았습니다.
비트코인처럼 국경과 지리적 제약이 없는 디지털 자산이 도입되었다면, 조선의 경제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였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평안도와 경상도 간의 교역에서 물리적 은화 대신 디지털 서명된 비트코인 전송이 이루어졌다면, 물류 비용은 줄고, 사기 거래는 거의 사라졌을 것입니다.
또한, 은을 쟁여두던 양반 계층이 디지털 지갑에 비트코인을 보관하면서 세습 자산을 관리하는 모습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비트코인의 한정된 공급, 위조 불가, 국경 없는 가치 전송이라는 특성은 조선의 실물 기반 경제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을 것입니다.
3. 양반과 상민의 경제 격차, 디지털 자산이 바꿀 수 있었을까?
조선은 철저한 신분사회였습니다. 양반은 벼슬을 통해 권력과 부를 누렸고, 상민과 천민은 노동과 세금으로 국가를 떠받쳤습니다.
하지만 만약 비트코인이 존재했다면, 이러한 기득권 구조가 흔들렸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합니다.
블록체인은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비트코인은 개인의 노력과 전략에 따라 축적 가능한 디지털 자산입니다.
기술만 있다면 상민도 자신의 지갑을 통해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축적할 수 있고, 권력과 상관없이 '노드 참여자'로서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조선 사회에서 정보 접근성이 평등했을 가능성은 낮지만, 비트코인의 철학인 탈중앙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경제 참여는 조선의 봉건적 질서에 본질적인 균열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상적 도전이 되었을 것입니다.
4. ‘서당’에서 블록체인을 가르쳤다면 – 교육과 기술의 융합
조선의 서당에서는 천자문과 유교 경전을 주로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상상해보십시오. ‘사서삼경’ 대신 ‘비트코인 백서’를 배우고, ‘논어’와 함께 ‘탈중앙화의 철학’을 토론하는 서당이 있었다면?
디지털 리터러시가 조선 사회에 뿌리내렸다면, 지식의 독점이 깨지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회 이동성이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블록체인 교육이 IT 전문 교육에서 멈추지 않고, 철학, 윤리, 사회 시스템 교육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시사점을 이 상상은 우리에게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결론: 과거를 통해 미래를 더 깊이 이해하는 법
비트코인은 현대 사회의 기술이지만, 그 철학은 오래된 사회 시스템과도 놀랍도록 연결됩니다.
조선시대에 비트코인이 있었다면 벌어졌을 일들을 상상해보는 작업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디지털 자산의 사회적 가능성을 과거의 프리즘을 통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입니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화폐나 투자 수단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권력 분산, 투명성, 신뢰, 참여라는 시대적 가치를 품고 있으며, 이는 조선이라는 전통사회에 도입되었다 해도 강력한 변화의 촉매가 되었을 것입니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고, 현재를 통해 미래를 설계하는 이 지점에서, 비트코인은 기술 그 이상의 의미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비트코인이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가 어쩌면 ‘역사적 행운’일지도 모릅니다.